[보도자료] 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경비노동자) “따뜻하게 대해준 다수 입주민에게 감사”“머슴이 아닌 이웃,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 달라”“경비노동자 열악한 처지 개선 위해 정..
[보도자료]
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최근 사회적 관심 집중되고 있는 경비노동자 참여
사람다운 대접받고 입주민과 이웃처럼 지내기 위해 참여
경비노동자의 고통 알리는 자유발언과 입주민에게 드리는 편지 낭독
“따뜻하게 대해준 다수 입주민에게 감사”
“머슴이 아닌 이웃,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 달라”
“경비노동자 열악한 처지 개선 위해 정부가 책임있게 임해야”
첫 캠페인에 영화배우 조진웅씨가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두 번째 캠페인이 5월 20일(수)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캠페인에는 故 최희석님의 극단적 선택 이후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지 관련하여 경비노동자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여 목소리를 냈다.
이수호 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전태일 50주기가 되었는데도“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당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경비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태는 그 한 분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라며 “경비노동자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염원을 담아서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인준 경비노동자는 “2014년 강남 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 이후 6년이 흘렀지만 같은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폭행으로 자살을 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 경비노동자들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입주민들과 이웃처럼 지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다시는 우리가 이런 일로 TV에 나올 일 없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의헌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고용안정권리선언공동사업단 공동단장은 “전태일 열사는 50년 전에 어린 여공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고 이를 고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며 “반세기 전의 일이고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여전히 예전과 다르지 않다. 수없이 하소연해도 바뀌지 않았다”며 “경비노동자들이 아파트 현장에서부터 정당하게 대우받고, 나아가 이 땅의 노인들이 더 이상 처연한 처지에서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직 경비노동자인 김인준씨가 입주민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김인준씨는 편지를 통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가 돌아가신 이후 참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6년 전에 고 이만수님에 이어) 이런 일이 자꾸만 발생하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래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입주민들이 많은데 그런 입주민들까지 갑질하는 사람들로 매도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며 한편의 걱정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경비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하여 갑질을 일삼는 입주민도 소수지만 없지는 않다”면서 참 억울하고 서글픈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입주민도 출근하면 노동자”이고 “경비노동자도 퇴근하면 다른 아파트 입주민”이라며 “이렇게 같은 사람끼리, 조금 더 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서로를 괴롭힌다면, 그리고 그런 갑질이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체한다면, 우리 사회는 금방 지옥으로 변하고, 약한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주민들에게 “저희를 머슴이 아닌 이웃으로, 함께 아파트를 지키고 가꾸는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 주고(갑질을 일삼는 소수에 대해서는) 함께 잘못을 바로잡아 주시길” 호소했다. 또한 “다가오는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는 경비실에서 경비노동자들이 근무한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경비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에도 관심을 부탁”했다.
이러 “최선을 다해서 소홀함이 없이 일하겠다”고 다짐한 이후 정부에도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더 책임 있게 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참고>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에게 드리는 편지
입주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아파트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경비노동자입니다. 폭행과 폭력에 시달리다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가 돌아가신 이후 참 마음이 무거우셨을 것입니다.
경비노동자인 저도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6년 전에 비슷한 사건으로 분신해서 사망한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 이만수 님의 동료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자꾸만 발생하는 현실이 너무 속상합니다.
경비노동자로 생활하면서 억울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입주민들이 많은데 그런 입주민들까지 갑질하는 사람들로 매도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와 제 주변 동료들이 당한 억울한 사연들이 떠올라 남 일 같지 않고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제가 경비노동자로 생활하면서 만난 입주민 중에는 반갑게 인사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반면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경비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하여 갑질을 일삼는 입주민도 소수지만 없지는 않았습니다. 참 안타깝고 어디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에 하소연도 못 할 때는 참 억울하고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비록 입주민과 경비노동자로 만났지만, 입주민도 출근하면 노동자로 살아가시는 분이 많을 것이고, 경비노동자도 퇴근하면 다른 아파트 입주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같은 사람끼리, 조금 더 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서로를 괴롭힌다면, 그리고 그런 갑질이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체한다면, 우리 사회는 금방 지옥으로 변하고, 약한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입주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입주민 여러분들이 일하는 회사의 머슴이 아닌 것과 같이, 경비노동자는 머슴이 아니라 여러분이 살아가는 공간을 지키는 이웃입니다. 저희를 머슴이 아닌 이웃으로, 함께 아파트를 지키고 가꾸는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대다수 입주민께서는 저희를 이웃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듯이 입주민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일삼는 분도 소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면 이번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저희와 함께 잘못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여름이 다가오는데, 더 이상 여름에 에어컨이 없는 경비실에서 경비노동자들이 근무한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저희 경비노동자들의 근무여건에도 조금만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경비노동자들도 최선을 다해서 소홀함이 없이 일하겠습니다.
정부에도 요청합니다.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더 책임 있게 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함께 사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입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입주민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0년 전태일 50주기 5월 20일
한 경비노동자 김민준 드림
<참고>
경비노동자 김민준씨가 읽은 전태일 평전의 구절
<전태일 평전 65~67페이지>
전태일이 생계를 위해 우산을 팔다가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하고 느낀 마음을 담은 장면
열여섯의 전태일이 한뎃잠을 자며 ‘거리의 천사’로서 닥치는 대로 온갖 노동을 해가고 있던 1년 동안에 부딪친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감정에는 약한 편이라던 그가 이때 와서 그 고된 생활 속에서도 굳이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왜였을까?
이러한 물음들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다시, 그가 남긴 수기의 한 구절을 읽어보자.
과거를 생각해봐라. 국립극장 앞 어느 당구장에서 어떤 여자가 하던 말을 생각해봐라.
비가 오는 날이었지. 그 억센 비를 맞으며 하나라도 더 팔려고 “우산!” 하는 소리에 한걸음에 3층까지 뛰어 올라갔었지.
“우산 하나 얼마니?” “예 35원입니다.” “왜 35원이야, 30원 주고 샀는데.” “아녜요, 35원이면 본전밖에 안 됩니다.” “밑지기는 뭐가 밑져, 얘들은 왜 곧 죽는 소리야? 기분 잡치게. 아니 이거 헌 우산 아니야! 자루가 이게 뭐야. 곰팡이가 슬고, 이거 헌 거로구나!” “아─, 아닙니다. 천만에요, 이건 분명히 제가 이제 금방 받아온 거야요.” “변명은 말아! 너희들이 그런 지저분한 변명을 하니까 밤낮 그 모양 그 꼴이야. 이 거지 같은 자식아!”
그래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거지예요. 댁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도도한 집에서 태어났고요. 내내 도도하십시오. ……이런 일이 있은 지가 어제그제 같구나.
전태일은 그가 ‘밤낮 그 모양 그 꼴’인 것이 그가 나쁜 놈이기 때문이라고 뒤집어씌우고 경멸하는 ‘부한 환경’ 속의 사람들에 대하여 대들고 있다. “왜 그것이 내 책임이냐?”, “태어날 때부터 거지가 따로 있고 도도한 사람이 따로 있느냐?”라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를 인간적으로 짓밟는 도도한 인간들을 향하여 “내내 도도하라!”고 퍼붓고 있는 것이다. “내내 도도하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내내 그렇게 도도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뜻이 아닐까?
전태일의 정신적인 성장과정 가운데에서 이 당시에 이미 자신을 거부하는 ‘부한 환경’의 현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현실과 싸워 이기려는 분명한 의지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가 남들처럼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을 슬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실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사다. 그 현실의 가장 깊은 질곡 한가운데에서 몸부림치면서, 자기의 심장으로 느끼고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이야말로, 교과서의 해설이나 권위자의 암시를 통하여 왜곡되는 일이 없는 현실의 벌거벗은 모습을 생생히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이야말로, 현실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그리하여 자신의 인간성을 가장 열렬하게 지킬 수 있다.
만약 전태일이 바로 그러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하게 될 그의 절절한 투쟁도 그의 눈부신 죽음도 없었을 것이며, 그가 죽은 지 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오늘에 와서 우리가 다시 그를 추억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